차가운 밤공기를 뜨겁게 만들 캠프 - 고1 김홍주

윤시온
2022-04-02
조회수 348

차가운 밤공기를 뜨겁게 만들 캠프

 

이제 예비 고1이 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 해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은 고등학생이 되는 나에게 중요한 반환점이기에 엄마와 상의 하에 영어 캠프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영수 캠프가 아니라 영어 캠프로 가기로 한 이유는 내가 수학이나 과학보다 영어 성적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는데 요즘 추세가 영수이다 보니 영수캠프를 오게 된 것입니다.

 

캠프를 오기로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즈음 엄마가 나에게 윤민수 선생님의 기억방 캠프가 마음에 든다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14시간 학습. 제 눈엔 이 글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14시간 학습. 말로 형용키 힘든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느껴지는 짜증 하지만 이미 엄마와 약속한 캠프였기에 전 뭐라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타 친구들처럼 부모님과 싸운다던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만 이 생각은 들었습니다. 여기 온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 ‘가기 싫다.’

 

하루 3시간도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그것마저 학원에서야 겨우 하던 저에게 캠프 초기의 14시간이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시간” 이었습니다. 근데 공부는 하기 싫은데 14시간 동안 앉아있으니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근데 뭐랄까 둘러보고 있으면 공부를 안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느낌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들었던 생각이 ‘내가 여기 오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또 엄마는 얼마나 기대하고 있을까 역시 뭐라도 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공부에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14시간 동안 집중은 아직 저에게 힘든 일입니다. 수기를 쓰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저는 14시간은 모두 공부하는데 쓸 수 있다고는 못합니다. 정말 집중이 잘 되는 날에야 8시간 정도 나머지 6시간은 부끄럽지만 졸거나 딴 생각하거나 그런 식으로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3시간도 공부에 집중 못하던 제가 이제 8시간까지도 집중할 수 있는 모습 윤민수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캠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그 누구라도 14시간을 공부해라 라고 하면 너무 막연해서 못해낼 겁니다. 그런 막연함을 덜어주고 좀 더 쉽게 몸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30분 계획표입니다. 처음에 30분 계획표를 들었을 때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계획표랑 뭐가 다른가 하고 생각했는데 쓰면서 몸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제가 생각하기로 30분 계획표가 타 계획표들과 다른 점은 예를 들어 난 오늘 하루 이만큼을 하겠어 라고 계획을 했을 때 하루는 너무 막연한 시간입니다. 하루 동안 밥 먹고 똥싸고 쉬고 자고 하는 것만 해도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지만 30분 계획표는 30분이란 그리 길어 막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터무니 없이 짧지도 않은 적절한 시간으로 30분 안에 난 이만큼을 하겠어 라고 계획을 세우게 되면 30분 안에 끝내고 싶어지고 그렇게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란 시간은 지나가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30분 계획표도 캠프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민수 선생님은 처음에 학원 강사 같은 분으로 생각했는데 크지 않으신 체구에서 나오시는 그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고서 ‘보통 선생님은 아니시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데 있어서는 엄하시고(특히 14시간에 대해서는) 작은 오차도 용납하지 않으시지만, 따뜻할 땐 정말 따뜻하시고 우리가 난방이 제대로 안되어 잠을 못 이룬다던가 밥이 맛이 없어 밥을 제대로 안 먹는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진심으로 우리 입장을 대변해 수련원에 항의를 하시는 모습은 정말 부모님 같았습니다.

저에게 캠프에서 윤민수 선생님은 단지 우리를 감시하는 선생님이 아닌 떨어져있는 부모님을 대신한 캠프에서의 부모님 이셨습니다.

 

캠프가 이제 3일 남았습니다. 이 캠프에서 난 정말 지금까지 공부를 안 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을 보면 아침 6시에 일어나서도 졸지 않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주말에도 따로 방을 얻어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주위에서 무슨 소리가 나거나 뭔가 일이 터져도 자신에게 관여되지 않는 한 절대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에 비해 내 열정은 터무니 없이 작았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절 조금 더 성정시켜준 것 같습니다. 이 캠프를 나가서도 이 자세를 최대한 유지 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고(보통 1주면 끝난다고는 합니다) 다만 1시간을 공부해도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잘하진 않아도 누가 물어봤을 때 최선을 다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강한 학생이 될 때까지 이 몸과 마음을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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