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넘치는 아이에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로 - 고1 고다현

윤시온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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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아니다. 하지만 예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당시의 나는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없었지만 지금은 힘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의 난 의욕만 앞서는 학생이었다. 누구나 중학교 입학할 때 다짐하듯 전교 1등을 목표로 잡았고, 최상위권 학생들만이 갈 수 있는 고등학교를 바라봤지만 전교 1등은커녕 하루 공부량도 터무니 없었다.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노력도 없이 기적만을 꿈꿨다. 하지만 3년이 지나 그동안의 꿈은 헛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몇 년 동안 꿈꿔왔고 준비해왔던 고등학교 입시를 망치고 나서 의욕은 바닥나 버렸다.

내가 기억방 캠프를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여기 온 많은 학생들 중에 기억방 캠프를 강제로 끌려온(?)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의욕과 의지를 모두 잃은 난 어머니께서 기억방 캠프를 신청하던 말던 별 관심이 없었다. 가면 가는거고, 아니면 아닌거고…얼마나 무심했는지 가기 전날까지도 실감이 안 났고, 오면서도 산을 타는지 강을 건너는지 세상 모르고 차에서 깊은 숙면을 취했으며 대강당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아, 이제 한 달동안 엄마 아빠 얼굴을 못보겠구나…’ 이런 생각이 전혀 안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강당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그 분위기에 기죽을 수밖에 없었다. 방학식이 다른 학교들보다 약간 늦어 입소를 하루 늦게 했는데, 대강당에 들어갔을 때의 그 싸한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이곳은 정말 끔찍하다는 것을 표정으로 숨김없이 보여주었고, 앞에선 목사님께서 엄하게 학생들을 감시하고 계셨다. 어머니의 ‘14시간 공부한다, 친구 사귈 시간도 없을 것 같더라, 기상이 6시더라’ 하는 얘기에도 꿈쩍 안했던 내가 그 순간만큼은 이곳에 온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할 시간도 없이 선생님들께서 시키는 대로 빈 책상에 가서 앉아 30분 계획표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수학 문제집만 풀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지금까지도 그 상황이 너무도 생생하다.ㅋㅋㅋ

 

 6시 기상, 6시 30분까지 집합. 내가 어떻게 여기(대강당)까지 왔는지도 모른 채 그냥 앉아서 단어만 외웠다. 집이었다면 엄마한테 6시에 깨워달라 그래놓고 막상 깨워주면 일어나서 5초동안 깨어 있다가 엄마한테 욕먹고 다시 잘 시간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버텼고, 꼭 아침이 아니더라도 피곤하거나 잡생각이 들면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또한 30분 계획표는 여기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그랬듯 나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계획에 대해 들어온 것은 몇 년 동안의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것을 이루려면 일년 동안의 계획을 세워야 하며, 또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한달 계획, 일주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들어왔다. 하지만 30분 계획표라니, 이건 처음 듣는, 생소한 말이었다. ‘고작 30분 가지고 뭘 한다는 거지?’ 그냥 쓰라고 하니까 쓴 거였지 이 짧은 시간을 계획해서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30분 계획표를 통해 내가 오늘 하루동안 공부한 것을 점검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30분마다 계획표를 작성하며 나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고, 평가를 통해 더블 동그라미가 많은 날은 뿌듯함을 느끼고 스스로 격려가 되었고, 세모나 엑스가 많은 날은 반성과 동시에 마음을 다잡고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공부에 적응이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14시간을 공부해야겠다’ 하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지나면 ‘내가 14시간이나 공부했어?’ 하는 느낌. 난 그냥 평소처럼 일과를 보냈을 뿐인데 하루동안 공부를 14시간이나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난 지금도 내가 한 달 동안 14시간을 공부했다는 것이 남의 얘기인 것만 같다.

 

 의욕만 넘쳐났던 내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공부하는 분위기도 있겠지만,

난 윤민수 목사님이 안 계셨다면 내가 이렇게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4시간 동안 서서 우릴 감시하시고, 졸거나 공부를 안 할 땐 혼내시는 목사님이시지만 힘들 땐 격려해 주시고 얘기도 나누면서 힘을 북돋아주셨던 목사님이시다. 생각해보면 목사님이야말로 우리들이 이 빡빡한 스케줄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 주신 버팀목이시다.

그만큼 목사님은 내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기억방 캠프는 내가 평소에 바래왔던 것이었다. 난 내가 공부습관이 안 잡혀있으며 자율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왔고, 누군가가 날 제어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캠프는 딱 내가 해오던 생각들과 맞아 떨어진다. 내가 의욕이 넘쳤던 중학교 시절에 이 캠프를 알았었다면 최소 두배에서 세 배 가량 지금보다 열심히 하고 효과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이라도 이 캠프에 오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캠프를 통해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으며, 막막하게 생각했던 고교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캠프가 끝나면 캠프 참가하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것을 내가 제일 잘 알기에, 토요 공동체에도 참여해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고 꼭 나의 목표를 이룰 것이며, 이번에는 의욕만 넘치는 학생이 아닌, 의욕이 넘치며 목표한 것은 반드시 이루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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