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 고2 김서정

윤시온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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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교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캠프를 많이 다녀보았다.

방학 때마다 2-3개의 캠프를 갔고 다양한 캠프에서 많은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경험도 많이 했다.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운 캠프도 있었고 한 학기, 여름방학 내내 집중력을 키워주겠다는 운동 캠프에 간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수많은 캠프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의존심을 많이 키웠던 것 같다. 항상 ‘수학은 과외를 받지 않으면 혼자서는 절대 못한다’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부모님과도 과외 문제 때문에 싸운 적도 있었지만, 성적은

과외를 하나 안 하나 똑같았다. 성적이 안 나왔던 진짜 이유는 숙제만 간신히 해가고 혼자 공부하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계속 과외만 고집했다. 그러다가 윤민수 목사님과 이 캠프를 알게 되었고 혼자서 14시간을 공부한다는

이야기에 ‘이번 캠프도 실패하면 어쩌나’라는 생각도 반반 가지고 오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에 적응이 안돼서 힘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긴장해야 공부가 잘 되는 성격이라서 오히려 처음에는 아침에도 졸리지 않았고 밤 늦게까지 공부해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캠프를 많이 다녀봐서 그런지 방 친구들도 빨리 사귀었다. 그래서 초반에 공부를 많이 했고 이 캠프 좀 나랑 맞는데?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3주차가 되고 아이들이 서로 친해져서 떠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마개를 끼고 공부했는데 나도 친구들과 친해져서 떠드느라 공부를 못한 적도 많았고 옆에 애들이 떠들어서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여자애들이다 보니 방 아이들과의 트러블도 있었다. 그리고 3주차 막바지가 되니 체력이 바닥나서 몸살감기에 걸리고 낫자마자 한창 유행하는 노로 바이러스 장염에 걸려서 너무 힘들었고 진짜 집에 갈 때가 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경우엔 딱 2주까지 진짜 공부를 한 것 같다.

여기 처음 올 때는 14시간을 정말 온전히 공부할 수 있을 줄 알았고 솔직히 전교 1등이 돼서 나갈 줄 알았다. 여기 올 때 우리 반 수학신한테 수학을 알려줄 실력이 되어서 오겠다고 할 정도로... 하지만 기대보다는 공부를 못 한 것 같아서 속상하고 사실 그렇게 많이 공부를 하고 나가는 것 같지 않아서 아쉽다.

 

캠프에서 좋았던 점은 30분 계획표를 쓰면서 스스로 30분마다 흐트러진 집중력을 바로 세우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혼자서는 절대로 못 해낼 것 같았던 수1을! 혼자서 끝냈다는 사실이 나를 극복하는 하나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민수 목사님은 겉으로는 무서우신 분 같으시지만 실제로 알고 나면 너무 착하시고 귀여우신 것 같다. 아이들이 다 목사님은 왜 저렇게 혼자 착하시냐고 하실 정도로..하지만 애들을 혼내실 땐 혼내시고 잡을 땐 잡으셔서 학생들이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그리고 14시간 동안 계속 서서 감독하시고 너무 힘드셨을 것 같다.

 

전에는 해보지도 않고 수학을 혼자서는 절대 못 한다 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서 계속 누가 떠먹여주길 바랬던 것이었다. 과외선생님이 수1을 어떻게 혼자 하냐고,

그것도 너처럼 수학을 싫어하는 애가 라고 하셨을 때 나는 정말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었고 지레 걱정했다. 하지만 난 수학을 혼자 끝냈다! 정말 진짜 공부한다는 게 뭔지 알게 되었고 나의 의존심들도 혼자 공부하면서 없어졌다. 집에 돌아가서도 이 공부 습관이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이렇게 나 자신을 이겨보았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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