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 고2 홍다은

윤시온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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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부모님이 이 캠프에 오기를 권유하셨을 때 나는 조금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이므로 수학 선행은 필수라고 여겼고 겨울방학 내내 학교 보충수업과 수학 학원을 오가며 공부하려고 서서히 마음을 잡아가던 무렵, 부모님께서 14시간을 공부하는 캠프를 가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셨다. 솔직히 14시간에 대한 부담은 생각보다 적었다. 학교에서 따로 자율 학습을 시키는 시간도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시간의 양보다는 그 캠프를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준비 작업이 내게는 훨씬 더 버거웠던 것 같다. 학교 내 학사를 그만둬야 했고, 학원 선행 수업도 포기해야 했으며, 학교 보충수업도 받을 수 없었다. 가족들과 학교 선생님들은 선택은 네가 하는 것이라면서도 은근한 압박을 주었고 심지어 윤민수 목사님은 내게 이 캠프에 참여하지 말라고까지 하셨다. 그럼에도 내가 이 캠프에 오게 된 이유에는 충만한 자신감,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나를 막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때에도 그 자신감 하나로 모든 것을 넘어서고 이 캠프에 참여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캠프에서의 첫날은 1분이 한 시간 같았다. 30분 계획표의 28칸을 모두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것으로 인해 더더욱 가지 않는 시간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몇 주를 돌이켜보면 그 첫날에 가장 절박하게 공부했던 것 같다. 가장 의지가 굳게 다져져 있었을 때 한 공부라서 그날 채운 28칸을 보면서 정말 뿌듯했던 것 같다. 방학 중에 학교에서 하루 종일을 보낼 때, 내가 집중하지 못한 까닭도 있었겠지만 방학 중에 이렇게 공부에 능률적으로 힘써본 경험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첫날이 지나고,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서 14시간 동안 앉아 있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방학 중에 이렇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다니,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14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나 자신을 관리할 때 30분 계획표는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채워야 할 칸 수가 많다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30분이라는 시간 동안에 할 양을 적당히 나눠서 공부하자 시간도 빨리 흐르는 것 같았고 28칸을 채운다는 부담도 많이 되지 않았다. 30분 계획표는 30분 동안 적당량을 나눠서 공부하고, 30분 동안에 내가 얼마나 공부에 충만했는지 평가를 하고 반성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캠프의 장점들 중 하나라고 당당히 꼽을 수 있을 만큼 유용하다. 이 계획표를 이용해서 국어는 100p 정도, 수학은 로그까지 복습했고 영어는 천일문 80문장 정도, ip 영단어는 학습기를 수리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려서 500단어 정도밖에 외우지 못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이다.

 

 그리고 14시간 동안 15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함께 한 곳에 계시면서 학생들을 통제해 주신 윤민수 목사님은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분이다. 14시간 동안 나태해지지 않게 우리를 통제해 주시면서 너무 삭막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스갯소리도 해 주시는 등 최적의 공부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지금까지 공부하는 데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 주셨다. 너무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게 학생들을 대해 주시고 유상근 선생님과의 특강 시간도 마련해 주시는 등 유용한 경험을 많이 하게 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들이 너무 많은 불만 사항을 제기하여서 목사님을 너무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죄송한 마음도 있다. 그 많은 사항들을 모두 다 충족시켜 주시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을 위해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신 윤민수 목사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제 캠프는 거의 끝이 났다. 지금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30분 계획표와 윤민수 목사님,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과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나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던 자신감이 있었기에 몇 주 동안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학생이 매시간 마다 전부 공부에 충실했던 것은 아니었고, 중간 중간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150명 이상의 대부분 학생들이 집중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러한 몇몇 학생들도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학교 생활을 하게 되면, 그때는 여기 있던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윤민수 목사님도 없고 남는 것은 오직 30분 계획표뿐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한 달 간의 경험을 몸에 배게 해서 학기 중에도 스스로를 다잡으며 공부하도록 노력하겠다. 절대 이 경험을 헛되이 여기지 않고, 잠깐 하는 공부가 아니라 계속 하는 공부가 될 수 있게 하겠다.

 

 토요공동체는, 여기서의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여기서의 습관은 빠르게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 이전 캠프 참여자들이 추천하는 것이 바로 토요공동체 학습이다. 토요일마다 모여서 캠프 때처럼 공부한다면, 어느 정도는 그 습관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동하는 시간이나 비용은 적지 않겠지만, 미래를 위한 어느 정도의 투자라고 여기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내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윤민수 목사님, 기상과 점호를 맡아주시고 질문도 받아주시던 선생님들, 함께 공부하며 서로에게 학구열을 심어주고 공부 외적인 부분에도 착하고 친절하던 선배들, 친구들, 후배들,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이 캠프에 참여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모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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