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방 출소에서 기억방 퇴소로 - 고1 박세진

윤시온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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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이 캠프에 왔지만 오고 나서는 왜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후회하였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스케줄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14시간동안 공부한다는 것이 항상 학원에서 5시간만 해도 징징되는 나에게는 어떤 것 인지 별로 감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오고 나서 알았다. 나는 14시간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 첫날 그 기분은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뭐하고 있는 것 인지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건지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였다.

 

정말 여기 온 후 1주일동안은 시간이 너무 안 갔다. 14시간의 무게를 그대로 느꼈다. 텅 비어있는 급식표와 이것을 언제 다 채울까라는 생각에 항상 막막하기만 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것이 아니며 왜 이런 캠프를 4주씩이나 해야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이었다. 하지만 점점 채워져 가는 30분 계획표와 고시생들의 생활과 똑같다는 것을 알고 뿌듯했고 자신감이 생겼다. 만약 지금이 그냥 평범한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이였다면 6시기상과 14시간공부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 이루어나간다는 성취감과 자기 전 하루를 돌아봤을 때 해냈다는 뿌듯함 느낄 수 있었을까? 내가 14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딱 세 가지다.

첫 번째로는 30분 계획표이다. 30분 계획표는 30분마다 흐트러질 수 있는 나의 태도나 자세를 점검할 수 있는 30분마다 세우는 계획표다. 처음 캠프에 왔을 때 30분 계획표는 너무나 생소한 것 이였다. 선생님들이 말해주시기 전까지는 쓰지 않았고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다. 공부하는데 30분마다 집중을 깬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던 것 같다. 보통 우리가 세우는 계획표는 하루의 계획표를 다 세워놓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평가를 하는데 보통 이러면 계획범위에 오류가 생기거나 중간 중간 자세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30분 계획표는 그렇지 않다. 계속 쓰다보면 30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양이나 최대치 나의 능력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이만큼이나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이 매우 강하다.

두 번째로는 주변의 친구들 즉 모두가 공부하는 환경이다.

만약에 나 혼자 집에서 공부를 한다면 14시간을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이곳은 약190명의 학생 중 99%가 공부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목사님은 눈에 띄는 학생을 가만 두지 않으신다. 이 캠프에 온 이상 하루 14시간 공부는 필수다. 마지막으로는 선생님들이다. 1대1수업이 아니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이 제일 힘드실 텐데 버티는 것을 보면 나도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분 계획표는 이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30분 계획표는 어떻게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그다음으로는 기억방 영어에 대해서 얘기 해보겠다. 기억방영어의 개발자가 목사님이셔서 관련된 많은 이야기도 들었고 예전에 어떤 책에서 비슷한 암기방법을 본 적이 있어서 신뢰감이 상당했다. 처음에는 목사님 말씀대로 이질감이 상당했다. 내가 왜 단어를 이렇게 어렵게 외워야 되는지 과연 외워지긴 하는 건지 의문감이 없어지지 않았지만 점점 시범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나도 눈감고 외울 수 있는 것을 확인해서 3일차부터는 잘 외웠다. 여기 있는 학생들 중 99%는 3일안에 적응을 한다. 기억방 영어는 집중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일반 집중으로도 안 된다. 초 집중을 해야 한다. 아니면 절대 외워지지 않는다. 기억방영어가 외워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다 집중하지 않아서이다. 집중을 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냥 대충 대충 외울 거라면 많은 시간을 버릴 것이다. 단어도 수준별로 나눠져 있어서 난이도도 적절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학생들부터 직장인들까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윤민수 목사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그 통제능력은 정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장난스러울 때는 누구보다 즐겁고 엄하실 때는 누구보다 강하시다.

세미나도 많이 하시고 다방면으로 알고계신 유용한 정보들도 많았다.

매번 30분 특강을 해주실 때마다 더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고

캠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통제할 때 외에도 정말 훌륭하고 배울 점이 많으신 분이다.

우리에게 관심도 많으시고 급식도 항상 마지막에 드시고... 지난번에 앞의 학생들이 급식을 많이 받아서 밥이 부족하자 눌어 붙어있는 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싹싹 긁어 드셨을 때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이 캠프의 주최자이시고 가장 높은 위치에 계신분인데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시고 같은 위치에서 이해하려고 애쓰시고 여러모로 존경스럽다. 정말 여러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으신 분이고 이 캠프가 끝나고 다음 캠프에 참여해서라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윤민수 목사님 외에도 조규호 원장님 그리고 매주 화요일에 오시는 이사님도 대단하시다. 이 많은 학생들의 플래너를 일일이 돌아다니시면서 체크하시고 조언해주시고 말투나 대화주제도 되게 친근하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다 우리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를 존중해주신다.

 

여러 가지 요소가 나를 버틸 수 있게 되었고 안갈 것 같았던 시간도 벌써 4주차를 달리고 있다. 맨 처음에 2주차부터 시간이 빨리 간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믿지 못했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 퇴소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힘들어하고 있었던 1주차에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3주차가 되자 낮잠만 자면 하루가 다 가있었다. 어느덧 하루를 아쉬워하면서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달동안 매일 봤던 앞사람 룸메이트 가끔은 일상생활의 친구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다. 약400시간을 봐왔던 우리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 1주차만 넘기면 힘든 것은 없다. 급식도 훌륭하고 즐거운 요소들도 많다. 처음에 왔을때는 모든게 부정적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20분 동안 6명이 씻어야 한다는 것조차 압박감이 아닌 즐거움이 되었다.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 여자 6명이 어떻게 씻고 시간분배를 어떻게 해야 될지 힘들어했지만 2번 3번 와본 친구들 덕분에 경험을 공유하면서 많은 것을 알아가고 여유도 생겼다.

 

방학 때는 상상 할 수도 없었던 기상시간 4시반. 잠버릇이라던지 항상 늦잠 자는 나에게는 공부 외에도 시간개념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해주었다. 잃는 것 하나 없이 버릇도 많이 고치고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이토록 즐거운 캠프는 기억방 캠프가 처음이다. 잠을 6시간 체 못 자는데 비몽사몽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목사님과 옆에 있는 아이들 덕분이다. 이 자세를 그대로 가정에 돌아가서도 학교에 가서도 주변에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공동체 공부습관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처음에는 토요공동체고 수학집중반이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흥미가 생겨서 토요공동체를 신청하려고 한다. 배운 것도 많고 아직 배울 것도 많아서 캠프가 끝나가고 내가 이 자리에 앉아서 후기를 쓰고 있다는 게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지만 한달이나마 이런 경험을 선물해주신 윤민수 목사님께 감사드리고 알아봐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힘들게 익힌 자세인 만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지옥방 캠프에서 출소를 기다리던 1주차의 나는 이제 4주차 기억방 캠프에서 퇴소를 기다린다.

 

 

p_sally@naver.com

고1 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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