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안보고 지나가면 후회할텐데 안보고 지나가겠다구요? - 고2 이도이

윤시온
2022-04-02
조회수 475

 

 여기에 오기 전에는 우리 몰래 이 캠프에 신청하신 부모님이 매우나 미웠다고 난 생각한다. 난 이 겨울방학만 지나면 고2가 되고, 아마 고3 때까지 쭉 공부만 해야 하는데, 이 황금같은 겨울 방학을 ‘하루 14시간씩이나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를 풀며 인터넷 강의를 듣고, 바로 잠자는 식으로 캠프에서 모르는 학생들과 보내야 한다.’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14시간 공부? 헐. 내가 왜 가야 돼!”라는 말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나도 이런 학생들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난 이 곳에 와서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캠프에 처음 왔을 때는 학교가 늦게 방학하여,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입소해서는 숨 돌릴 틈 없이 공부를 시작했다. 하필 화요일인 기억방 영어만 공부하는 날에 입소하여 기기를 사용 방법도 모른 채 무조건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었다. 난 그저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며 장면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반면, 우리 주변에 있던 애들 대부분은 소리 내며 영어 단어 외우고 있었다. 약 180명 정도가 단어를 소리내며 외우는 장면을 당신은 어떻게 느낄 것인가? 대부분이 놀라고 신기할 것이다.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를 안내며 외우는 사람은 극히 적었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졸리면 일어나서, 소리를 내며 외우고 있었다. 나도 그 분위기에 이끌려 단어를 소리내며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리를 내며 외우기 시작하고서부터 소리를 안내며 외웠을 때보다 단어가 잘 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기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분위기에 이끌려 소리를 내며 외운 것뿐인데, 더 효율성이 좋아졌다. 내가 여태까지 공부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고 이 캠프를 와서 생각했다.

 

 

 윤 민수 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12월 31일, 즉 2013년의 마지막 날에 뵈었다. 앞에 말했다시피 난 늦게 입소하여 여기 선생님들과 목사님의 얼굴을 뵙지도 못했고, 만약 봤었더라도 기억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목사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딱 각이 잡힌 정장을 입으시고 단상 위에 서 계셔서 누구신지도 몰랐다. 단지 ‘여기 캠프를 관리하시는 총 관리 선생님이신가?’ 라고 생각했었다. 설마 목사님께서 14시간동안 서서 학생들을 바로 잡으시며 공부 시키실 줄은 몰랐다. 내가 다녀 본 다른 캠프들과 같이 이 캠프 주최자이신 목사님은 어디 한 공간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14시간이나 서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모습에 놀랐다. 우리는 1시간만 서 있어도 발이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온갖 엄살을 부리는데, 목사님은 14시간이나 계속 단상 위에 서서 지도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가끔씩 공부 중에 강의를 하실 때도 계시는데 그 강의를 들으면 여태까지의 나의 공부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수학 공부는 무조건 여러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이 아니라 한 문제집만 끝까지 물고 늘어져 반복해서 푸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 허탈한 느낌은 말로 할 수 없다. 물론 허탈함도 느꼈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약간의 안도감도 느꼈다.

언제나 좋은 강의와 우리의 바른 공부 자세를 잡아주시는 목사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원래 나는 어딘가에 억매이거나 계획을 세워놓고 공부하지 않는 성격이다. 계획을 세우면 시간 단위로 그것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져서 계획조차를 세우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이 캠프에 와서 필수적으로 30분 계획표를 쓰고 그 계획표대로 행동하고 공부했다. 30분 단위다 보나 시간 단위의 계획보다 자세하게 쓰게 되고, 30분마다 계획표를 쓸 때마다 나태해진 나를 바로 잡고 다시 잡고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억방 영어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못하겠다. 난 시범을 보이지 않았고 지금 외워보라고 해도 약 스무 개의 단어 정도밖에 줄줄이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기억방 영어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림과 단어를 매치해서 외우고 성우들의 발음에 따라 소리내며 외우고, 마지막으로 5번씩 단어를 공책에 적으며 외우면 잘 잊지 않게 된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넌 스무 단어밖에 외우지 못했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알아야한다. 난 아직 완벽하게 외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외우지 못한 나와 다른 학생들도 있다. 몇 번이나 반복하고 반복해서 입에서 좔좔좔 나오는 정도로 100단어, 300단어, 500단어, 1000단어를 완벽하게 외운 학생들 말이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기반성도 하게 된다. 내가 이 캠프를 끝마치면 아마 다른 학생들과 같이 일주일도 안가서 자세가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장담한다. 하지만 이제 고2이니깐 하루에 최소 5시간, 7시간씩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이 좋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 말 것이라고 나 스스로에게 각오를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부터라도 공부 열심히 할테니 너무 잔소리나 혼내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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