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도망쳤는데, 캠프..! - 고2 이강일

윤시온
2022-04-21
조회수 299

학교에서 도망쳤는데, 14시간 공부 캠프..!

일단 나는 고2다.

내년이면 수능을 보지만 공부를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방학기간동안 학교에 나가기 싫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는 자사고로, 원래 방학기간에도 매일 학교에 나와서

자율학습을 하거나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원래는 어디까지나 자율로,

수업을 듣기 싫다면 하루 종일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학 때부터는 갑자기 학교가 방침을 바꿔서

보충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은

자율학습실에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애초부터 보충수업을 들을 생각이 없었지만

학교의 방침을 들으니 더욱 참가하고 싶지 않아졌다.

자율학습을 막고 의무적으로 보충수업을 들으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처사였다.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해결책을 찾다보니

14시간 공부 캠프를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업 없이 자율적으로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점에 끌렸지만,

하루에 14시간은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물론 들었다.

나도 자사고에 다니면서 하루에 4시간에서 5시간정도 자율학습을 하고,

방학기간에도 10시간 이상을 자율학습실에서 보내지만,

당연히 그건 쉬는 시간도 있고, 하다가 힘들면 중간에 도망쳐서

피시방에 가거나 영화를 보러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같은 반에 있는 전교 2등인 친구도

하루에 7시간 정도밖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니,

이건 너무 과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설마 사람한테 14시간동안 공부를 진짜 시키겠어? 그러다가 죽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은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부모님은 14시간이나 공부를 하겠다는 내 말에 두 말 않고 신청을 해주셨다.

물론 나는 평소에 듣던 기숙학원에 대해 생각하면서

가서 적당히 할 생각이었다.

친구들 말로는 기숙학원은 공부도 많이 안 시키고

그냥 놀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웃으면서 배웅하시는 부모님께는 죄송했지만

솔직히 나는 속으로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ㅋㅋㅋ.

그런데 이게 뭣이던가?. 첫날부터 14시간 진짜 공부라니.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광고에 사기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캠프는 14시간 30분!! 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12시에 잠들 때까지.

정확하게 하루에 총 14시간 30분 동안 공부를 했다.

물론 아~주 가끔, 5분이나 10분정도 일찍 끝내주시긴 했지만

이건 사기였다.

첫날에는 죽는 줄 알았다.

학교에선 아무리 하루에 10시간 정도씩 자율학습실에 있긴 했지만

그건 솔직히 중간에 졸기도 하고,

가끔은 도망도 치고, 게다가 친구들하고 떠들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캠프는 융통성도 쉬는 시간도 전혀 없었다.

화장실을 갈 때도 확인을 받아야한다니, 이건 완전히 군대가 아닌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기숙학원이었으면 어떻게든 해결 방도를 찾았겠지만,

이곳은 ‘진짜’ 14시간 캠프였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잘 도망치던 나는 꼼짝없이 여기선 공부만 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부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학교 갈 때보다 일찍 일어나서 공부만 하고,

학교에서 보통 집에 들어갈 때보다 늦게 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하루, 아니 솔직히 이틀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점점 힘들어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국 첫 주에 이틀을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4일 만에 수1의 반을 끝내버렸다.

그냥 개념만 대충 훑은 게 아니라 문제집을 충실하게 2번 반복했다.

이렇게 4일이 긴 시간이었다니!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시간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결국 처음과 이틀 이후에는 적응이 끝난 것이다.

겨우 14시간!

이제는 그냥 우스울 따름이다.

역시 한번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다르다는

윤민수 선생님의 말씀은 너무 옳았다.

기회가 된다면 또 캠프에 참여할 것이다.

아니, 꼭 참여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윤민수 선생님의 지휘 아래 많은 선생님들의 지도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윤민수 선생님은 우리가 14시간씩 앉아서 공부할 때,

그분은 14시간 서서 우리들을 이끌어 주셨다.

학교 자율학습실과는 달리 진심을 다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고,

때로는 격려해주시고, 때로는 꾸짖어 주시면서

계속 우리와 함께 계셨다.

나는 다른 기숙학원을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과연 그 학원들의 원장님들은 항상 그 학원의 학생들과

14시간동안 같이,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실까?

나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민수 선생님은 항상 앞에서 우리가 힘들 때면 같이 힘들어 하시고,

우리가 괴로울 때면 같이 괴로워 하셨다.

이 캠프를 만드신 윤민수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선생님들.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과연 쉬는 시간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우리보다 늦게 주무시고,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시는 그분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지만 한번 힘든 내색 안하고,

우리들을 잘 돌봐주시고, 또, 질문도 받아주시면서

하루 종일 우리 옆에 서계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토요 공동체에 참여해서 이 ‘습관’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면 내 꿈에도 한층 가까워지지 않을까.

asdlkasjl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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