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캠프)<집에만 가면 침대랑 핸드폰이랑 하나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은 읽으시오!> - 4조 고2 박가인

윤시온
2023-05-04
조회수 619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왔다고 그랬지만

나는 자발적으로 팡스터디 캠프에 참가했다.

고1 1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올 때 학교에서는 열심히 하지만 집에 오기만 하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핸드폰과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려서

책 한 번도 펴지 않고 그대로 학교에 가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이번 여름방학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기숙학원에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 기숙학원을 알아보면서

‘나한텐 필요하지 않은 수업까지 다 받고나면

학교를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 팡스터디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 14시간동안 순수 자습이라니..

집에서의 나에게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시간이었고

3주 동안 14시간을 공부하고 나면 학기 중에 공부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울 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고 신청을 했다.

사실 혼자 가는 게 조금 걱정되긴 했었는데

내가 간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조인서가 같이 가자고 해서

한결 편한 마음을 가지고 입소하는 날을 기다릴 수 있었다.

캠프에 와서 내가

고2에 올라오고 6개월 동안 했던 공부량과 비슷한 양을 2주 만에 해버렸다.

책 사고 한 번도 풀지 않았던 미적분1 쎈 문제집을 5일 만에 다 풀어버리고

학교 다닐 땐 매일매일 안 밀리면 다행이었던 일일교재(국어, 영어 모의고사 문제집)들을

지금 학교진도의 두 배는 넘게 풀어버렸다.

여기 와서 제일 좋은 건

나 혼자서도 수학예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팡스터디 캠프에 오기 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과외를 하면서도 느슨느슨하게

선생님하고 쉬어가면서 진도를 나갔었는데 14시간 공부를 하려다보니

2주도 채 되지 않아서 2학기에 배울 내용인 미적분2의 절반가량을

혼자 인강 듣고 개념정리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혼자 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손을 들고 헬퍼 선생님께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사실 나는 질문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헷갈리거나 모르는 부분은 매일매일 있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정말 모를 땐 답지를 보면 이해가 됐다.

하지만 수학개념공부를 하다가

왜 이 개념이 성립하는 건지 그 유도과정이 이해되지 않을 땐 손을 들어 질문했고

정말 쉽게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14시간을 공부하지? 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딱히 겁먹지 않고 한번 도전해보니까

14시간 진짜 별거 아니다.

오히려 하루종일 공부하는데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

을 받은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매일 최고의 집중력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공부하다보면 집중에 잘 되지 않은 적도 많았고

졸음과 사투한 적도 무지하게 많았다.

그럴만한 시간대가 될 때쯤에 원장님께서 특강을 해주셔서

다시 자극받고 열심히 하기 시작한 적도 정말 많았고

(원장님께서는 카리스마 있으신 듯 하면서도 자상하게 칭찬하고 다독여주신다)

 

헬퍼선생님들의 특강이 있거나 스트레칭 시간, 그리고 점심먹기 전
황금같은 낮잠시간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날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달다구리들이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주었다♥
공부가 잘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숙소에 벌레도 많이 출몰하고
30분안에 밥먹고 양치하는 것도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서 체할 뻔 했다.
그리고 아침 기상하고 나서와
점호하기 전에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5명이 30분 동안 다 씻고 머리말리고
짐정리하고 이불 깔고 청소하는 그 순간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1분씩 3분씩 지나갈 때마다

복도에서 몇 분 남았다고 소리쳐주시는 관리쌤들 덕분에
확성기 소리만 들리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쌤들이 우릴 위해 소리쳐 주시는 건 알지만
가끔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확성기 소리가 귀에 박히는게
짜증나고 싫었다ㅠㅠ
촉박한 시간이 싫다 흑흑

 하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난 지금..ㅋㅋㅋ



소파와 침대와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서

방학이라는 핑계로 일어나지 않았겠지..

잠도 12시간씩 꼬박꼬박 자고 핫핫

캠프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일상으로 복귀하는게 살짝 아니 많이 두렵다ㅋㅋ

2주차 주말에 해외봉사자 발대식이 있어서 광주에 다녀왔는데

단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월요일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빨리 자러 가고 싶어 했다.

에휴 집에 가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돌아가 버릴지 됴르륵..

아니!! 절대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ㅠㅠ

광주에 돌아가면 나태해지지 않도록 매일매일 30분계획표 작성하고

토요공동체도 참여해서 대학에 합격하는 그 날까지

그리고 그 후까지도 14시간 공부습관을 가져가고 싶다.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은

여기 와서 촉박한 시간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하면 나태해져서 안해버릴 수 있으므로

한번쯤은 14시간 공부하는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힘든 점이 있다 해도 처음에만 조금 힘들고

나중에는 나처럼 밥 먹는 시간이랑 아침, 점호 준비능력도 좋아져서

오히려 시간이 남게 될 수 있다!ㅋㅋ




아! 그리고 낮은 가격도 아닌데 가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보내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돌아가서도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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