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공부할 땐 수험생, 먹고 잘 땐 훈련생- 중1 박도연

윤시온
2023-05-04
조회수 608

 캠프 입소 3주전, 엄마께서 나에게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해병대 캠프 한 번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내 꿈이 공군인지라 해병대 캠프는 무지무지 솔깃한 제안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엄마의 말도 달라졌다.

해병대 캠프가 하루 14시간 학습이라는 공부캠프로

엄청난 변신을 한 것 이었다.

사실 난 공부를 무척 잘하는 모범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주도 학습이 잘되어 나만의 계획표 데로

딱딱 할 줄 아는 것 도 아니다.

그래서 사실은 두려웠다.

이 캠프에 가서 나 혼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괜히 돈만 버리는 건 아닐까..

따른 아이들은 문제집 1권이상은 다 끝내고 온다던데

나도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이런 엄청난 의문들과 걱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캠프안내 유인물을 받고 준비물을 챙기고

서점에 가서 문제집들도 사다보니 어느 새 내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거기만 같다오면

전교 1등이 돼있을 것 같은 그런 이상한 자신감 까지 생겼다.

실제로 처음 여기 왔을 땐, 내가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엄청난 규모의 강당이었다.

여기 오기 전, 팡 스터디라는 곳이 너무나 궁금해서

몇 번이고 유투브에서 홍보동영상을 보았는데

정말 거기서만 보던 커다란 강당이 기다리고 있는 것 이었다.

그때 딱 든 생각은 여기가 300명 이상이 개미떼처럼 앉아

공부할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였다.




캠프를 참여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할 것 같은

이야기 하나를 뽑자면 처음 여기 오기 전에는

과연 자신이 정말 14시간 30분이라는 시간동안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일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난 3주 라는 시간동안 그것을 해낼 수 있었고,

아는 공부를 하며 문제집의 마지막 문제를 풀었을 때의

그 짜릿함을 느껴본 것 도 처음이었다.

조금 부끄러운 애기이긴 하지만,

사실 나는 그동안 한 권의 문제집을 완벽히 끝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방학동안 문제집 2.3 권 푸는 아이들에 비교당하는 것을

이번 여름방학만큼은 절대 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만약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솔직히 일주일에

한 번은 화장을 떡칠한 채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놀러 다녔을 것 같다.



원장님에 대해 간단히 애기를 하자면,

청소년 심리 전문가를 해도 손색이 없으실 것 같다는 의견을 보낸다.

애들이 언제 쯤 지치는지, 뭐를 싫어하고 무엇을 해주면 좋아하는지,

심지어 모든 아이들의 몰래 자는 법을 다 아시는 듯

조는 아이가 있으면 몇 조 누구 이렇게 딱 집어내시는

아주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선남선녀 헬퍼 쌤들은 하루에 2분 정도씩 강의를 하시는데

쌤들도 학생이니만큼 공감되는 부분도 크고,

‘아 나도 지금은 조금 부족해도 선생님처럼 노력하면

언젠간 저런 무대 위에 슬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것이 가장 크고 좋은 부분인 것 같다.


많이 알려진 30분 계획표는 어메이징하다.

원장님이나 선생님들께서 30분마다 아주 알람시계처럼

쓸 시간을 알려주시는데 그때마다 나의 집중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시간같지만, 무려 수학문제 6-7문제를 풀고 채점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집중도가 낮은 나에겐 30분마다 흐트러진 자세를 일깨워주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쓴 제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물론 내가 14시간을 단 1시간도 빠짐없이 온전히 공부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지만 내 입장에서 한 달 동안 이런 캠프에서

먹고 자는 것 이외엔 모두 공부한다는 것은

마치 내가 수험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방학이면 항상 1시 넘어서 자서 11시야 돼야 일어나는

그런 아주 아주 나쁜 생활을 해오던 나에게

11시 30분에 공부 마치자마자 12시까지 씻고 이불 펴고 청소하고

12시에 점호하고 또 그 다음날 6시에 일어나 이불개고

씻고 6시 30까지 내려오는 그런 빤타스틱한 스케줄을

엄마에게 속았던 해병대 캠프의 훈련생이 된 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낯선 것 도 시간이 모두 해결해준다.

처음엔 공부하는 것보다도 이런 규칙적 생활이 많이

힘들었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5시 30에 일어나 거울도 맘껏 보고,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기도 한다.



이 캠프에 와서 나는 많은 것을 얻어간 것 같다.

물론 내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지금처럼 많이,

그리고 집중해서 공부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이 캠프를 통해서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을 깨달았고, 한달에 문제집 세 네 권씩 푸는 것은

더 이상 남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는 일로

변한 것 이라는 것이다.




parkim34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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