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하수구에서 바닷가로- 16조 중3 정미경

윤시온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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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맨날 게임만하던, 소위말해 학교에서 신경도안써주는

중상위그룹에 속해있는 찌꺼기였다.


제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아니고 애매해서 선생님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였기에, 공부에는 뜻이 별로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였다.




나도 한때는 반배치고사 3등에 영수 올백을 찍던 외고 준비생이었다.

불과 1년 전 일이였다. 보통 이러면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줄 아는데.

사실 나는 그것의 정반대였다. 지금보다 더 심했다 그때는.

“대형학원과 학교를 번갈아가며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모범생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하는 척을 했고, 게임 중독에 빠져서 학원에서도 “문제아”로

찍혀 맨날 구박을 받았다. 그래도 유일하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아이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 장점이었다.

매일 학교에서 자고 떠들고 집에서 게임만 해도 나는 영수를 90대 후반 또는 100점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물론 항상 학원에서도 잠을 자거나 놀았다.

그렇게 내 머리만 믿고 3학년 중간고사까지 놀다보니

첫 중간고사에서 개박살이 났다.

주위에서 비웃음을 어디 한두번 당했겠는가.

머리만 믿고 뻐기더니 잘됐다면서 친구들까지 나를 놀리니까,

참 살기가 싫었다.

그 뒤로 기말고사도 망쳐서 결국 공부를 모두 포기해버렸다.

그런 내가 한심했던 부모님께서 23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이 캠프를 보내셨다.




(내 소개가 너무 길어서 죄송하다. 근데 할 얘기가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여기에 왔고, 첫날은 14시간이나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말로 착하셨다.

하지만 소리를 너무 많이 지르시더라.







난 원래 스트레스를 잘받는 사람이라, 처음 들어올 때부터 걱정했는데,

어느날은 머리카락이 서른가닥넘게 우수수 빠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탈모걸린줄알고 오열 할 뻔했다.

공부하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첫날을 제외하고는 힘든 것이 없었고,

생활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3주동안 방장을 맡느라 너무 지쳤고,

1년은 늙은것같다. (아, 그래봤자 아직 학생이구나)

여기 온 덕분에 우리학교 전교 1등이 왜 그렇게 공부를 못해서

안달인지 알게 되었다.

하면 할수록 불안하다는 게 뭔지, 1분1초가 아깝다는 게 뭔지 알게 되었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문제집 한권 당 한 단원씩 총 4권을 풀고

단어 60개씩 외울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내 목표는 이번 캠프 끝나기 전에 가져간 책을 다푸는 거다.

(집가면 당연히 이렇게 안할거란 걸 알기에 걱정이다. 집에 가서는

또 그 망할 놈의 게임중독에 다시 빠져서 그놈의 밉상소리만 듣지 말기를...)



하필 A급문제집을 가져간 바람에 우리조 선생님이랑 옆조 선생님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하셨다. 풀어 본 사람은 알거다.

특히 도형이 제일 많이나오는 3학년 2학기 것을 가져가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 옆조 선생님말에 의하면 미적분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정말 잘 가르쳐주셨다.




나는 적응력이 빠르다.

여기오자마자 하루 만에 적응한 것도, 집가면 하루 만에 다시 수능 끝난 것처럼 미친 듯이 노는것도 그것 때문이다.

이렇게 놀다간 잘못하다간 백수가 될거 같아서 ...

다음 캠프에 다시 오기로 결정했다.




여기 3주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미친 듯이 공부해야 성공한다는 것과,

절대 친구와 같이 살지말아야겠다는 점 (친구들아 미안 ㅎ)




여기는 중3이 제일 많이 와야 할 캠프인거같다.




참고로 현재 반항기가 올라서 집을 나가겠다는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나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그럴려고 했다. 한번와서 3주동안 방장을 맡아봐라.

그럼 집을 나가겠다며 부모님 속을 썩일 일은 싹 없어질 것이다.

긴 글 읽느라 모두들 수고하셨다.




나는 그럼 다시 30분 계획표를 쓰러가겠다.







jamie48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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