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캠프)※고 1 (00년생) 은 볼 수 없는 글입니다. - 5조 고1 정세진

윤시온
2023-05-04
조회수 623

2016년 7월, 고1 나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팡스터디광고를 보게 돼.

14시간 공부.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느껴졌어.

여기에 오기 일주일전.

방학동안 놀지 못할 것을 알기에 책 한자 읽지도 않았고 막연하게 기다렸지.

14시간 공부하면 뭐 지금 안 해도 되겠지.

3일전.

불안해 지기 시작.. 내가 할 수 있을까.

1일 전.

아 괜히 간다고 설쳤구나.

가는 길은 흡사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마냥 발걸음은 무거웠어.

하지만 차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히기만 하던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지.

입소일.

방에 모두가 나와 같은 심정으로 누워있었을거야.

코레스코 콘도 705호에는 어색한 정적만이 존재했어.

그리고 그날 밤에 우리가 3주 동안 육체노동을 할 강당에 들어왔어.

강당에서는 간단한 지시사항, 전달사항을 들었어.

‘노래 안되고 sns 안되고 라면 안되고 아침/점심/저녁/낮잠시간 외의 시간 모두 공부.’

ㅋㅋㅋㅋㅋㅋㅋ정말 웃음만 나왔지. 내가 미쳤었구나.

인터스텔라처럼 다른 차원의 내가 있다면 외치고 싶었다.

‘돌아가’

그리고 그 다음날 일정이 시작되었어.

이 캠프에 와서 제일 힘들었던 날을 고르라면 이날이 아닐까 싶어.

학교 가는 날에도 8시에 일어나 30분 만에 먹고 씻고 학교에 가던 내가

6시30분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 했을지도 몰라.

교관님이 소리쳐서 가방 안에 뭐를 넣는지도 모르는 비몽사몽간에 꾸역꾸역 챙기고

7층에서 1층까지 끈적끈적 눌어붙은 슬리퍼를 이끌고 끌려 내려가.

큰 강당에 있는건 책상 책상 책상 그리고 에어컨.

6시 30분부터 8시까지 뇌를 깨워.

‘더 잘래. 원래 너 지금 자고있잖아.‘ 쉽게 깨지 않아.

몸과 뇌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아침 식사 시간이 찾아오지.

게다가 아침식사도 입에 잘 맞지 않아.

그래서 얼마 먹지 않았고. 이것이 큰 후회를 가져올지는 몰랐어.

만약 여기 오게 되면 밥 많이 먹어.

30분의 짧은 식사시간 이후 어느 정도 뇌가 깨어난 거 같아.

수포자인 내가 수학책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아 이럴줄 알았으면 수학 공부좀 할걸.

나는 수학을 못해.

이 캠프에 오자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 역시

수학을 내 스스로 공부하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닐까싶어.

그래도 수학을 한다.

수I, 수II. 뭐부터 하지 모르겠다 우선 책 피자.

무엇을 공부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2시간 30분동안 수고했다.

생각해보니 집에선 하루에 2시간30분도 공부 안 하는데.ㅋ

11시부터 12시까지 꿀 같은 낮잠시간.

아마 낮잠이 없었다면 반 미쳤을 거야.

이후 점심시간까지 마음의 안정을 가진 후.

6시까지 한번의 휴식 없이 또 공부만해.

이제 시작. 딱히 지금의 시간에는 설명 할 것이 없다.

중간 중간의 스트레칭과 SKY 멘토 특강을 제외하곤.

아 맞다.

SKY선생님들의 특강 역시 몇 안되는 행복했던 시간이었어.

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정말 상황이 맞는 선생님들이 있고.

마음에 드는 공부법등이 있어서 중간중간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아.

6시 저녁 먹는다.

아침과 점심을 조금먹으면 정말 배고파서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먹는다.

정말 살기위해.

6시부터 11시30분. 또 공부한다

ㅋㅋㅋㅋㅋ누가보면 정말 미친놈들같아 보이겠지만

음 맞아. 공부시간 중간에 또 한번의 특강.

11시 30분까지 공부를 한다.

한가지 고백하자면. 첫 날은 공부를 하기보다는 버텼던 거야.

11시 30분. 이제 자러간다.

간단한 점호를 끝내고 자는데, 별 생각이 다들어.

몸은 힘든데 잠이 안와. 평소에 너무 늦게 자서 그런가.

어쨌든 별 생각을 다하다가 잠에 들어.

꿈에 집이 나와, 아 집가고 싶어.

6시 반. 둘째날이 밝는다.

반복되는 일상.

날이 갈수록 적응이 되어 가는 것은 같은데 힘들어.

뭐 점점 괜찮아지겠지.

또 버텨.

둘째날이 지나가니 뿌듯한 마음이 약간은 생긴다. 아 이런 거구나.

엄마 아빠 죄송해요. 저 독서실에서 공부 안했던 것 같아요.

원장님이 시간이 빨리가기 시작한다는 세 번째날.

적응완료.

음 나쁘지 않다.

먹고 자고 씻고 다 편하다.

공부밖에 할 게 없다.

그래도 집 가고 싶다.

반복되는 일상은 다음주 일요일까지 지속된다.

일요일은 쉬는 날.

살만해.

6시30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공부 안해도 되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11시까지 잔다.

와 행복해.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을꺼야. 심심해지거든.

방 애들이랑 하던 이야기도 무의미해져.

아 불안해. 내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했던 거 다 까먹으면 어떻게 하지.

식탁에서 공부한다. ㅋㅋ미친놈.

이후 6시. 저녁을 먹고 다시 공부를 한다.

심신의 안정이 찾아 온다.

원장님 말씀이 옳았다.

정말 3일 후의 시간은 빨리간다.

지금 이 후기를 쓰고있는 것이 2주차 인데, 한 일주일밖에 지난 것 같지 않아.

벌써 5일 후면 끝난다.

아직은 집에 가고 싶다.

지금까지 내 2주간의 일기였고. 느낀 점을 쓸 차례야.

처음 3일간은 힘들어. 온 내가 밉고. 자괴감이 들지.

부모님에게 끌려온 애들은 가출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던데.

3일 후. 시간이 빨라진다. 적응이 돼서인가.

하루끝에서 바라본 일과는 짧다.

이후 시간이 진짜 빠르다. 어느세 켐프가 끝나가고 방학이 끝나간다.


방학동안의 너랑 나랑 비교해볼까?

내가 아침6시에 일어났을 때 너네는 자고 있었겠지.

11시까지 공부했을땐 너네가 일어날지 더 잘지 고민하겠지.

우리가 본격적으로 불 태울 때 너네는 공부를 시작했겠지.

너네가 Facebook 볼 때 우린 한번이라도 책을 더봤을거야.

그리고 방학이 끝난 후에 투정 부리겠지. 학원 너무 힘들었다고.

중간고사 성적보고 우울해 하겠지. 쟤네는 학원도 안다니던데 나보다 잘나온다고.

너무 정확해? 내가 그랬거든.

여기 오기 전까지.

지금 내 여름은 누구보다 더운 것 같아. 날씨 말고.

지금의 나는 뭐든지 될 수 있을거야.

사실 늦었어. 많이 늦었겠지.

고1 여름. 1학기 성적 망친. 어쩌면 수시로는 불가능할지도 몰라.

근데 해볼려고ㅎ.

2년 반 뒤에 이거 내가보면 좀 오글거리겠다.

그래서 결론은 너네 여기 오지마. 겁나 힘들고 방학만 버리는거야.

나만 성공할래. 미안.

wjdtpwls07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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