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공부습관) 전교 1등을 하고 싶다면?-16조 중2 송재원

윤시온
2023-05-04
조회수 659


일단 이 곳에 오게 된 계기는 아빠 때문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빠 회사 동료직원 때문이다.

그 직원의 말에 의하면 아들이 하나 있는데

허구한 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 직원은 아들을 이곳으로 보냈고

사람이 달라져서 왔다는 거였다.




게임만 하던 애가 공부에 열중하고 지금은 반 1등을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팔랑귀 우리 엄마는

게임중독이던 애도 인간이 되어서 왔는데

하물며 순진하고 어느 정도 공부 틀도 갖추어진

내가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으로 날 여기 보냈다.




처음 그 애기를 들었을 때 좀 솔깃하긴 했다.

내신이 별로 좋지 않던 나는 이 기회에 점수를 좀 올려보아야겠단 생각,

거기 가면 내가 환장하는 팔찌를 사주겠다는 엄마의 꼬임으로 오게 되었다.




이 콘도에 발을 디디던 순간 난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대단한 호텔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낡아도 너무 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한 집에서 살던 나로서는 꽤 충격을 받았다 할 수 있겠다.

그 후 원장님은 최대한 좋은 곳으로 이곳을 빌리셨다고 하셨고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애먼 내 가방만 째려보았다.

참나 좋은 곳이 벌레가 들끓는 데라는걸 왜 진작 몰랐는지,

좋은 콘도가 에어컨이 무풍에어컨도 모자랄 판국에 골드스타라니

대충 그걸로 보아 이 건물이 언제쯤 지어졌는지는 짐작이 간다.

이제 곧 붕괴되겠지. 심지어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차가운 물만

그것도 저녁 때 제외하고 나온다니 산 넘어 산이다.




다음으로는 집에선 어느 정도 공부했는지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여기 오기 전 내 공부량은

주중에는 2시간 정도, 주말에는 기본 4~5시간 정도였다.

평소 공부를 안 하던 애들이라면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나한텐 지극히 당연스러운 일이다.

엄마의 강요와 내가 해야겠단 생각으로 채워진 시간들이라 할까?

그러고 보니 내가 왜 4~5시간 공부하는지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엄마가 하라니까 하는 선에서? 그게 다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주황조끼 쌤들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흔히 헬퍼쌤들이라 불리는 이 쌤들은 거의 다가 명문대 출신이다.

또한 남자 쌤들은 거의 대부분이 잘생기셨다.

지금 내가 보았을 땐 12조 담당 쌤이 제일 잘 생기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하여튼 초5 때부터 스카이, 스카이 소리를 들어오던 나는

‘도대체 그 사람들이 어떻기에 저리들 난리일까?’ 하며 능청스레 굴었다.

그러나 여기 온 뒤 그 쌤들이 왜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쌤들의 공통점이다.

인내심 제로인 나 같으면 바로 포기했을텐데,

결국 누가 더 인내하고 견디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또 모르는 문제들을 제때제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래도 여기 온 애들은 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A급 수학에 최상위에 쎈수학에 헐 도대체 이 애들 정체가 뭐지?

나는 쎈 손도 못 대는데 그 애들을 보고 있자면

나 혼자 다른 나라에서 온 기분이다.

“혹시 여기서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쎈 문제집도 챙겨달라고 할 걸 그랬나보다.




여기 올 때 경험자로서 팁을 알려주자면 얇은 문제집보단

조금 두께가 있는 문제집을 여러 권 가져오는 것이 좋다.

얇은 문제집을 가져왔던 나로서는 지금 알피엠 밖에 풀 게 없다.

개념유형도 얇아서 금방 끝내버렸고 다른 영어 문제집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다음으로는 원장 쌤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처음 보았을 땐 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나이보다 늙어보이셨다.

또 약간 구시대적일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이도 분명히 50살이라고 하셨는데 50살은커녕 60살로 보였다.

외려 우리아빠보다도 늙어 보이셨다. 이 선생님의 지도방침은 꽤 엄격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선생님이 공부만 주구장창 시킨다는 것이 아니다.

떠들 때 조금 무서우시다는 걸 제외한다면

처음에는 선생님이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시간표,

즉 삼계표(30분 계획표)쓸 시간을 알려준다는 게 내심 못마땅하였다.

집중하고 있는데 그걸 큰소리로 알려주면 맥이 끊겨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집중력이 살얼음인 나는

다시 집중모드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따라서 처음에는 진짜 화가 나서 마이크를 박살내버리고 싶었다.

학생 통제 등에서는 굳이 못 하신다는 게 없는 것 같다.

사실 30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건사하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 중에는 선생님 말을 개떡으로 아는 애들

혹은 중2병 때문에 살짝 똘기(또라이)가 있어

여간 말로 해서 안 듣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보면 원장선생님이 새삼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 같은 경우도 초반에는 알게 모르게 삐딱선을 많이 타서

원장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에 콧방귀를 날렸었다.

왜 이리 수다스러우신지 말이 길어지기라도 하시면

쩍쩍 대놓고 하품도 하고 그랬다. 내 나름의 반항이자 항변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매우 어리석은 짓이지만 말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본 이곳의 특징은 14시간 공부가

절대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 난 14시간 공부에 14란 소리만 들어도 기절초풍을 했었다.

알고 보니 내가 은근히 엉덩이 힘이 무거운 애이었다는 거다.

집에서는 이렇개 해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있는데 엄살떨면서 안 한 거였다.

만약 지금까지도 내가 이 캠프를 모르고 있었다면

난 또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귀중한 시간을

한낱 소소한 쾌락을 채우는데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최신가요 못 듣는다고 투정부리고, 동생과 별 일 아닌 걸로 싸우고,

핸드폰 자판기를 두들겨대며 킬킬거리는거보다 글쓰기를 하며 킬킬대는거, 그냥 공부하기보단

목표, 꿈을 정해놓고 하루하루 계획표를 세워가며 공부하는 게

훨씬 더 보람되고 재미있다는 걸 진작에 왜 몰랐을까? 란 생각도 함께 든다.

또 더 늦기 전에 이곳에 날 보내준 엄마아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참!!!!!!!!!!!!!! 부모님 이야기가 나온 이상 부모님 이야기도 해보자.

여기 오고 나니 문득 내가 집에서 얼마나 풍족하게 살았는지 이해가 간다.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손톱 좀 그만 물어뜯으라는 소리마저 그립다.

버르장머리 없이 부모님 앞에 상스러운 말을 한 것 역시 부끄럽다.

또 학교로 돌아가면 여기 이곳에서의 느낌 그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해야겠단 생각들도 든다.




만약 내 주변 사람이 이 캠프를 추천해달라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사람들마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이 있고 그 효과도 제각각일테니

무조건 추천은 아니고 한번 경험삼아 하는건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엄마 아빠 아마 집으로 돌아가면 저에게 공부하라 소리를 안하시게 될거예요. 오히려 그만 공부하고 나오라고 하실걸요?”

아자아자 화이팅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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