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작년 이맘때쯤 이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14시간캠프 탈출”을 외쳐댔었다. 그리고 드디어 퇴소를 하던 날, 나는 ‘다신 볼 일 없겠지’ 하는마음에 아쉬워하기까지 하며 14시간캠프를 떠났었다.
첫번째로 참여했을 때에는, 그 숙소 환경이나 음식이 너무 질이 낮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생활에애를 먹었었다. 물론 그 때도 이사님, 실장님께서 해결하시려고 바쁘게 뛰어다니셨지만, 워낙 숙소에서 제공하는급식이 맛이 없었고, 지하 4층의 산소는 가습기를 아무리틀어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의 학생들이 3주를마치고 나서야 퇴소했다. 4주, 6주를 신청한 학생들도 꽤있었다. 너무 힘들어도 다들 잘 알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지금, ‘공부’를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눈앞에 놓인 내가 직접 공부한 결과물들이 내게 “공부하기 싫어서 도망치려는 거 아니야?”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환경은 너무 안 좋은데, 그래도 결과가 증명하니까 오는 거라고.
그래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14시간캠프 이후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성적이 향상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혼자 집에서 공부한 여름방학 이후의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결과가 말해줘도 공부는 여전히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스트레스였다.
그렇지만 결국 내 발로 여기에 걸어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예비 고1 겨울방학이 중요하다는것은 당연한 사실이고,집에서 보다는 14시간캠프에서의 공부량과 집중도가 좋을 것이뻔하기 때문이었다.저번에는 부모님의 권유와 설득으로 가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은 온전히나의 선택이다.
14시간캠프는 역시 여전했다. 두 번 와본 결과, 캠프에 대해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첫째, 14시간캠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캠프소개에 적힌 말 그대로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모두가 믿고 따르는 거다. 한 번도 안 해봤지만, 그래도다 맞는 말이겠거니, 하고 따르면 진짜 그게 다 맞았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도 믿고, 하게 되는 거다.
둘째로, 공부량이다. 진짜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도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공부하게 된다. 원래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들은 양이 늘기 보다는 질이 늘 것이다. 공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던 학생들은 양이 늘 것이다. 책을 한번도 안 피다가 일단 펴놓고 보게 하면 한 글자라도 보게 되니까,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거다. 진짜 여기는 할 게 없어서, 심심해서 공부하게 만든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환경이다. 그래서 다시 찾았다.
14시간 학습이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나라도 혼자서 14시간을 하라고 하면 중간에 뛰쳐 나갈 거다. 그런데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너도나도 다같이 14시간 공부하는데, 나만 중간에 포기하면 실패한 낙오자가 된 것 같아 도망칠 수 없었다. 14시간캠프는 내게 있어서 당면한 현실이었다.
공부하다가 지칠 때, 졸리고 집중 안될 때 고개를 잠깐 들어본다. 주위를 보면 다들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하는수 없이 나도 다시 고개를 숙인다. 나는 이것이 공동체 학습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친구이자 동급생이고 나쁘게 말하면 경쟁자일 거다. 그런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나보다 더 집중해서 공부를하고 있는 걸 보면, 자연스레 내 수능성적이 상상된다.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공부 밖에는.
이런 환경은 어딜 둘러봐도 14시간캠프밖에 없었고, 그래서 다시 왔다. 여기가 아니면 내가 이 중요한 방학을 믿고 맡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들 언급하는 것은 본인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 그런 양을 학습해본 적이 없어서 일거다. 나는 저번 캠프 때에는 문제집 여러 권을 끝내서 1학기 전과목 예습을 다 마쳤었다. 그리고 후기에도 내 공부량을 자신 있게 적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만큼의 많은 양을 학습하지 못했다. 공부량을 따져보면 저번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정확히, 더 철저하게 공부했음을 자신한다. 14시간 앞에서 서계시면서 우리를 관리하시고, 가끔씩 지쳐 보이면 이야기를풀어주시면서 다독여주신다. 솔직히 이게 사람이 할 일인가 싶다.누가 미쳤다고 3주동안 14시간을 서있겠는가. 그것도 십 수년을 매년 두 번씩.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들에 대한열정과 의지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두 번을 와도 신기하다.
이사님과 실장님께서는 진짜 학생들을 위해 3주동안 사신다. 맨날 학생들 챙기고 다니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나는 14시간캠프 운영진으로는 못 들어 올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세 분 다 너무 대단하시다.
그리고 헬퍼 선생님들, 관리팀 선생님들. 빼놓을수 없는 존재다. 질문하고 싶을 때 질문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멘토특강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 처음에 왔을 때 멘토특강은 단순히 쉬는 시간 정도였다. 이번에는 선생님들의 삶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귀 기울였다. 몇 십분의 강의를 듣고 나니 유일하게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 저마다의최선을 다했다는 것. 간단히 내뱉는 열심히 했어요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들어가 있을 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각 조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에, 그래도 3주동안 14시간을 공부만 한다는 것이 지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매일 그렇게위로를 받았다. 흐트러지려고 하면 옆에서 일깨워주시고, 무너지려고 하면 일으켜 주셨다. 10조 담당 김선재 선생님! 여기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이번 캠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의 8할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필요할 때 손만 뻗으면 잡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했을 때, 실장님을 통해서 나를 도와 주실 수 있는 헬퍼쌤을 찾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이번에 14시간캠프를 피하려고 했다면, 집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을지 한 번 상상해본다. 14시간 공부가 아니라 14시간 폰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놓고 고등학교 가서 내 등급을 보며 엉엉 울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의 반응이 에이~ 이런 식이었지만,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내 미래는 바뀌었다. 울 일이 없을 테니 울지도 않을 거고,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목표나 대학 뭐 이런 포부를 적으라는 말씀이 있었다. 그런데 내겐 어려운 문제다. 당연히 서울대가 제일 좋은 학교인 건 너무 잘 알겠지만, 삼국지를 보고 나니 고려대가 너무 재미있어 보인다. 특유의 우리는 하나다 하는 정신이나 놀 때 확실히 노는 화끈함이 너무좋았고, 나도 고대생이 되어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원래 내가 동경하던 학교는 연세대였다. 뭔가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카라카 축제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은대학을 어디 간다는 말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하고 싶다는 거다.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방송 컨텐츠를 만들어서 남북문제나,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14시간캠프 그것을 위한 발돋움이 될 것 같다. 아마도 다음에 또 올 것 같다. 14시간캠프에 참여한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shannon6883@naver.com
딱 작년 이맘때쯤 이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14시간캠프 탈출”을 외쳐댔었다. 그리고 드디어 퇴소를 하던 날, 나는 ‘다신 볼 일 없겠지’ 하는마음에 아쉬워하기까지 하며 14시간캠프를 떠났었다.
첫번째로 참여했을 때에는, 그 숙소 환경이나 음식이 너무 질이 낮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생활에애를 먹었었다. 물론 그 때도 이사님, 실장님께서 해결하시려고 바쁘게 뛰어다니셨지만, 워낙 숙소에서 제공하는급식이 맛이 없었고, 지하 4층의 산소는 가습기를 아무리틀어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여명의 학생들이 3주를마치고 나서야 퇴소했다. 4주, 6주를 신청한 학생들도 꽤있었다. 너무 힘들어도 다들 잘 알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지금, ‘공부’를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눈앞에 놓인 내가 직접 공부한 결과물들이 내게 “공부하기 싫어서 도망치려는 거 아니야?” 하고 묻는 것 같았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환경은 너무 안 좋은데, 그래도 결과가 증명하니까 오는 거라고.
그래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14시간캠프 이후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성적이 향상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혼자 집에서 공부한 여름방학 이후의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결과가 말해줘도 공부는 여전히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스트레스였다.
그렇지만 결국 내 발로 여기에 걸어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예비 고1 겨울방학이 중요하다는것은 당연한 사실이고,집에서 보다는 14시간캠프에서의 공부량과 집중도가 좋을 것이뻔하기 때문이었다.저번에는 부모님의 권유와 설득으로 가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은 온전히나의 선택이다.
14시간캠프는 역시 여전했다. 두 번 와본 결과, 캠프에 대해 이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첫째, 14시간캠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캠프소개에 적힌 말 그대로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모두가 믿고 따르는 거다. 한 번도 안 해봤지만, 그래도다 맞는 말이겠거니, 하고 따르면 진짜 그게 다 맞았었다. 그래서 그 다음에도 믿고, 하게 되는 거다.
둘째로, 공부량이다. 진짜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도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공부하게 된다. 원래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들은 양이 늘기 보다는 질이 늘 것이다. 공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던 학생들은 양이 늘 것이다. 책을 한번도 안 피다가 일단 펴놓고 보게 하면 한 글자라도 보게 되니까,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거다. 진짜 여기는 할 게 없어서, 심심해서 공부하게 만든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환경이다. 그래서 다시 찾았다.
14시간 학습이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나라도 혼자서 14시간을 하라고 하면 중간에 뛰쳐 나갈 거다. 그런데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너도나도 다같이 14시간 공부하는데, 나만 중간에 포기하면 실패한 낙오자가 된 것 같아 도망칠 수 없었다. 14시간캠프는 내게 있어서 당면한 현실이었다.
공부하다가 지칠 때, 졸리고 집중 안될 때 고개를 잠깐 들어본다. 주위를 보면 다들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하는수 없이 나도 다시 고개를 숙인다. 나는 이것이 공동체 학습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친구이자 동급생이고 나쁘게 말하면 경쟁자일 거다. 그런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나보다 더 집중해서 공부를하고 있는 걸 보면, 자연스레 내 수능성적이 상상된다.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공부 밖에는.
이런 환경은 어딜 둘러봐도 14시간캠프밖에 없었고, 그래서 다시 왔다. 여기가 아니면 내가 이 중요한 방학을 믿고 맡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들 언급하는 것은 본인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 그런 양을 학습해본 적이 없어서 일거다. 나는 저번 캠프 때에는 문제집 여러 권을 끝내서 1학기 전과목 예습을 다 마쳤었다. 그리고 후기에도 내 공부량을 자신 있게 적어 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만큼의 많은 양을 학습하지 못했다. 공부량을 따져보면 저번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정확히, 더 철저하게 공부했음을 자신한다. 14시간 앞에서 서계시면서 우리를 관리하시고, 가끔씩 지쳐 보이면 이야기를풀어주시면서 다독여주신다. 솔직히 이게 사람이 할 일인가 싶다.누가 미쳤다고 3주동안 14시간을 서있겠는가. 그것도 십 수년을 매년 두 번씩.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들에 대한열정과 의지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두 번을 와도 신기하다.
이사님과 실장님께서는 진짜 학생들을 위해 3주동안 사신다. 맨날 학생들 챙기고 다니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나는 14시간캠프 운영진으로는 못 들어 올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세 분 다 너무 대단하시다.
그리고 헬퍼 선생님들, 관리팀 선생님들. 빼놓을수 없는 존재다. 질문하고 싶을 때 질문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멘토특강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 처음에 왔을 때 멘토특강은 단순히 쉬는 시간 정도였다. 이번에는 선생님들의 삶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귀 기울였다. 몇 십분의 강의를 듣고 나니 유일하게 공통된 부분이 있었다. 저마다의최선을 다했다는 것. 간단히 내뱉는 열심히 했어요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들어가 있을 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각 조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에, 그래도 3주동안 14시간을 공부만 한다는 것이 지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매일 그렇게위로를 받았다. 흐트러지려고 하면 옆에서 일깨워주시고, 무너지려고 하면 일으켜 주셨다. 10조 담당 김선재 선생님! 여기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이번 캠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의 8할은 선생님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필요할 때 손만 뻗으면 잡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했을 때, 실장님을 통해서 나를 도와 주실 수 있는 헬퍼쌤을 찾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이번에 14시간캠프를 피하려고 했다면, 집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을지 한 번 상상해본다. 14시간 공부가 아니라 14시간 폰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놓고 고등학교 가서 내 등급을 보며 엉엉 울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의 반응이 에이~ 이런 식이었지만,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내 미래는 바뀌었다. 울 일이 없을 테니 울지도 않을 거고,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목표나 대학 뭐 이런 포부를 적으라는 말씀이 있었다. 그런데 내겐 어려운 문제다. 당연히 서울대가 제일 좋은 학교인 건 너무 잘 알겠지만, 삼국지를 보고 나니 고려대가 너무 재미있어 보인다. 특유의 우리는 하나다 하는 정신이나 놀 때 확실히 노는 화끈함이 너무좋았고, 나도 고대생이 되어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원래 내가 동경하던 학교는 연세대였다. 뭔가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카라카 축제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은대학을 어디 간다는 말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말하고 싶다는 거다.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방송 컨텐츠를 만들어서 남북문제나,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14시간캠프 그것을 위한 발돋움이 될 것 같다. 아마도 다음에 또 올 것 같다. 14시간캠프에 참여한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shannon6883@naver.com